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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속 SAP는 물을 만나면 왜 젤처럼 변할까?

wooktwins 읽는 시간 약 12분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안쪽에서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젤 같은 알갱이를 본 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소변을 많이 흡수한 기저귀는 처음보다 훨씬 두꺼워지고, 내부의 흡수재는 물처럼 흐르기보다 말랑한 젤 형태로 변합니다.

기저귀 안에는 처음부터 젤이 들어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른 기저귀 안에는 SAP라고 불리는 고흡수성고분자가 작은 입자 형태로 들어 있으며, 이 물질이 소변과 만나 물을 흡수하면서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SAP는 Superabsorbent Polymer의 약자로 고흡수성수지 또는 고흡수성고분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단순히 물을 흡수하는 것이라면 스펀지나 휴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SAP가 특별한 이유는 많은 양의 물을 고분자 내부에 받아들이면서도 물에 녹아 사라지지 않고 젤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원리를 이해하려면 고분자의 친수성, 이온 그리고 가교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기저귀 속 SAP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일회용 기저귀에 사용되는 SAP에는 일반적으로 가교된 폴리아크릴산계 고분자가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아크릴산을 중합해 만든 긴 고분자 사슬이 있고, 그 일부가 나트륨염 형태로 중화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고분자에는 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카복실산기와 카복실레이트 같은 작용기가 존재합니다.

특히 카복실레이트(-COO⁻)는 음전하를 가진 이온성 작용기입니다.

마른 상태에서는 SAP 입자가 작은 알갱이처럼 보이지만 물과 만나면 이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SAP가 물을 끌어당기는 이유

물은 극성을 가진 분자입니다.

산소 쪽은 부분적으로 음전하를, 수소 쪽은 부분적으로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다른 극성 물질이나 이온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SAP 내부에는 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친수성 작용기와 이온성 작용기가 많이 존재합니다.

물이 SAP와 접촉하면 물 분자가 고분자 네트워크 내부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고분자 내부의 카복실레이트와 같은 이온성 그룹들은 물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내부와 외부의 이온 농도 차이도 물이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는 데 영향을 줍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작았던 SAP 입자가 점점 물을 받아들이면서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팽윤(swelling)이라고 합니다.

SAP 입자가 커지면서 젤이 되는 과정

SAP가 물을 흡수한다고 해서 물 분자가 고분자 표면에만 붙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고분자 네트워크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고분자 사슬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고 전체 부피가 증가합니다.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만나 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자 수준의 원리는 다릅니다.

SAP에서는 친수성 및 이온성 고분자 사슬과 물의 상호작용, 네트워크 안팎의 이온에 의한 효과 그리고 고분자 사슬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가교 구조가 함께 작용합니다.

물이 계속 들어오면 SAP 입자는 원래 크기보다 크게 부풀고 내부 대부분이 물인 말랑한 물질이 됩니다.

이처럼 많은 양의 물을 포함하면서도 3차원 고분자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물질을 하이드로겔(hydrogel)이라고 합니다.

기저귀 속에서 볼 수 있는 젤 형태의 SAP가 바로 이러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SAP는 물에 녹지 않을까?

여기가 SAP의 핵심입니다.

물을 좋아하는 고분자라면 물에 넣었을 때 그냥 녹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저귀 속 SAP는 물을 흡수하면서도 하나의 젤 형태를 유지합니다.

그 이유가 가교(crosslinking)입니다.

가교란 각각의 긴 고분자 사슬을 여러 지점에서 서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긴 실 여러 개가 따로 놓여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물을 만나 실들이 각각 흩어진다면 하나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 여러 개를 곳곳에서 서로 묶어 거대한 그물망을 만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물망 사이로 물이 들어가면서 전체 크기는 커질 수 있지만 실들이 완전히 떨어져 흩어지지는 않습니다.

SAP도 비슷합니다.

고분자 사슬이 가교를 통해 3차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물이 들어와 사슬 사이가 벌어져도 전체 고분자 구조는 유지됩니다.

그래서 물에 녹아 없어지는 대신 물을 품은 젤로 변합니다.

SAP가 무한정 커지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물을 계속 공급하면 SAP도 끝없이 커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SAP가 물을 흡수하면 고분자 네트워크가 팽창하면서 사슬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하지만 가교된 네트워크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탄성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물이 고분자 내부로 들어가 네트워크를 팽창시키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교된 고분자 사슬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 두 효과가 균형에 가까워지면 팽윤에도 한계가 생깁니다.

따라서 SAP가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고분자의 화학구조와 가교 밀도, 주변 용액의 성분 등 여러 조건에 의해 달라집니다.

가교가 많으면 물을 더 많이 흡수할까?

무조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교는 SAP가 물에 녹지 않고 젤 형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지만 너무 많은 가교는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과 팽창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물망의 매듭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매듭 사이의 간격이 넓다면 그물이 비교적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촘촘하게 묶여 있다면 구조는 단단해질 수 있지만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습니다.

SAP에서도 가교 정도에 따라 흡수량과 젤의 강도 같은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저귀용 SAP는 단순히 최대한 많은 물을 흡수하는 것만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소변을 빠르게 흡수하고, 압력이 가해졌을 때도 액체를 유지하면서 기저귀 내부에서 적절한 형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물에서는 잘 부푸는데 소금물에서는 덜 부푸는 이유

SAP 실험 영상을 보면 작은 양의 가루가 물을 엄청나게 흡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SAP의 흡수력은 액체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순수한 물과 소금이 포함된 물에서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SAP 내부에는 음전하를 띠는 카복실레이트 그룹들이 존재합니다. 같은 전하끼리는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고분자 사슬이 펼쳐지고 네트워크가 팽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 고분자 네트워크 내부와 외부의 이온 농도 차이도 물의 이동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외부 용액에 나트륨이나 염화물 같은 이온이 많아지면 이러한 효과가 약해지고 SAP의 팽윤 정도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SAP는 순수한 물에서는 매우 크게 부풀 수 있지만 식염수에서는 일반적으로 흡수량이 감소합니다.

실제 아기 소변은 순수한 물이 아니다

이 차이는 기저귀를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아기의 소변 역시 순수한 물이 아닙니다.

대부분이 물이지만 요소와 나트륨, 칼륨, 염화물 등 여러 용질과 이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SAP가 자기 무게의 수백 배를 흡수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해서 실제 기저귀에서도 동일한 양의 소변을 흡수한다고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SAP를 사용했는지, 어떤 액체에서 시험했는지, 압력이 가해졌는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저귀의 흡수 성능은 SAP의 양만으로 결정되지도 않습니다.

젤이 소변을 잡아두는 원리

SAP의 역할은 단순히 소변을 빨아들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흡수한 액체를 내부에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기는 기저귀를 착용한 채 눕거나 앉고 움직입니다. 이때 흡수체에는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집니다.

만약 기저귀가 소변을 빨아들이기만 하고 압력을 받을 때 다시 쉽게 내보낸다면 피부가 계속 젖을 수 있습니다.

SAP는 액체를 흡수해 하이드로겔을 형성하고 고분자 네트워크 내부에 물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특성이 기저귀의 액체 저장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실제 기저귀의 역류 방지 성능은 SAP 하나만의 결과가 아닙니다. 표면층, 액체 분산층, 펄프와 흡수체의 구조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기저귀 밖으로 젤 알갱이가 나왔다면?

소변을 많이 흡수한 기저귀에서 투명한 젤 알갱이가 보이면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라 당황할 수 있습니다.

기저귀가 손상되거나 흡수체 내부의 물질이 밖으로 나온 경우라면 팽윤한 SAP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본 것만으로 특정 물질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저귀가 찢어졌거나 내부 흡수재가 밖으로 나온 제품이라면 계속 사용하기보다는 제거하고 제조사의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특정 기저귀의 정확한 구성 성분 역시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제조사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SAP는 화학물질이니까 위험한 걸까?

SAP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분자 소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학물질이므로 위험하다’고 바로 연결해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물질의 안전성은 이름이 천연인지 합성인지보다 물질 자체의 특성, 사용 형태, 노출량과 노출 경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 기저귀는 SAP를 아기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일회용 기저귀에서는 SAP가 흡수체 내부에 배치되고 그 위로 여러 기능성 층이 구성됩니다.

다만 제품이 손상돼 내부 흡수재가 노출되었다면 정상적인 제품 상태와는 다르므로 해당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알갱이가 젤이 되는 데 숨어 있는 화학

기저귀 속 SAP가 물을 만나 젤처럼 변하는 현상은 고분자 화학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건조한 SAP에는 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친수성 및 이온성 작용기가 존재합니다.

물이 들어오면 고분자 네트워크가 팽윤하고 SAP 입자의 부피가 크게 증가합니다.

하지만 고분자 사슬들이 가교되어 있기 때문에 물속으로 완전히 녹아 흩어지지 않습니다.

그 결과 많은 양의 물을 내부에 품은 하이드로겔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가교된 네트워크의 탄성과 물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힘 사이의 균형에 의해 어느 지점에서 팽윤도 제한됩니다.

우리가 매일 버리는 기저귀 한 장 안에서 친수성, 이온, 삼투압, 가교, 팽윤, 하이드로겔이라는 여러 화학 개념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핵심 정리

  • SAP는 Superabsorbent Polymer의 약자로 고흡수성고분자를 의미합니다.
  • 기저귀에는 일반적으로 가교된 폴리아크릴산계 SAP가 사용됩니다.
  • SAP의 친수성 및 이온성 작용기는 물과 상호작용하며 물이 고분자 내부로 들어가도록 합니다.
  • 물이 들어오면서 고분자 네트워크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팽윤이라고 합니다.
  • 고분자 사슬이 서로 가교되어 있기 때문에 SAP는 물에 녹아 없어지지 않고 젤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많은 양의 물을 포함한 3차원 고분자 네트워크를 하이드로겔이라고 합니다.
  • 가교가 지나치게 많으면 고분자 네트워크의 팽창이 제한될 수 있어 흡수량에도 영향을 줍니다.
  • SAP의 흡수량은 순수한 물과 염분이 포함된 용액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실제 소변에는 여러 이온이 들어 있으므로 순수한 물에서 측정한 SAP의 최대 흡수량을 실제 기저귀 흡수량과 동일하게 볼 수 없습니다.
  • 기저귀의 실제 흡수 성능은 SAP뿐 아니라 펄프, 표면층, 액체 분산층 등 전체 흡수체 구조에 의해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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